단 상(斷 想)

[단상(斷想)] 62. 종암초등학교 백년사를 받고

profkim 2022. 8. 25. 16:36

 

서울종암초등학교 100주년 엠불렘(1922-2022)

 

                    62. 종암초등학교 백년사를 받고

 

 

 

 

  며칠 전 서울 종암초등학교 100년사(종암 100년을 돌아보고, 새로운 100년을 꿈꾼다.)를 받고 7, 80년 전의 일들이 아련히 스쳐 갔다. 참으로 오래전 일들이다. 일본강점기 민족의 수모, 광복의 기쁨, 한국전쟁이란 민족상잔(民族相殘)과 고난의 행군, 5, 60년대의 가난을 이기려는 민족적 몸부림, 민주화의 열망을 이루려는 젊은이들의 희생, 산업화과정에서 12시간씩 일한 근로자들, 허리띠 질끈 매고 가난 속에서도 자녀교육을 해야 한다는 어머니들의 열망, 고속도로가 놓이고 제철소를 만들어 산업화의 초석을 놓은 일들, 오늘은 정보사회인데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가 지도력을 발휘하게 된 일들이 이 수십 년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서울종암초등학교 교표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사용되고있다. 쇠북 종(鐘) 에 바위암(岩)

  나라는 삼류국가에서 일류국가가 되었고, 후진국에서 선진국이 되었다. 1960년대 우리도 한번 잘살아보자!” 외치던 구호는 현실이 되어서 참 잘사는 나라가 되었다. 신께 감사를 드리고 이 나라에 번영을 주신 창조주에게 영광을 올려드린다.

 

  내가 종암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는 세계 2차대전이 끝나가려는 무렵인 1944년이었다. 모든 것이 부족하고 일본강점기의 대한민국 국민은 피지배 민족으로 일본을 위해서 군인이 되어야 했고, 보국대(保國隊), 정신대(挺身隊=위안부)로 끌려가는 것을 어린 눈으로 보아왔다. 그리고 집마다 유기그릇을 바쳐야 했고, 일본인 순사(巡査)가 길거리에서 우리 백성을 구타하는 경우를 수없이 보면서 자랐다. 빈곤과 공포가 일반화되어있던 시절이다.

 

  대한민국은 타력(他力)에 의해서 광복이 되었고, 열강들의 협상 테이블에서 분단국가가 되었다. 힘이 없는 국가 민족이 당해야 하는 수모이겠지, 그러나 우리 민족은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갖고 있으며 일에 대한 열정을 가진 민족이다. 광복 후 77년 오늘 대한민국은 세계에 우뚝 서고 경제 대국이 되었다. 짧은 기간에 나라가 우뚝 선 것이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오늘 자부심을 느끼며 바라본다.

 

2022년 7월 8일 발행된 종암초등학교 100년사

  종암초등학교 100년사를 받아들고 책장을 넘겼다. 책 속에 종암의 저력이 엿보이는 것 같다. 어떻게 짧은 시간에 책을 만들었을까? 사실 공립학교의 교직원은 순환 근무를 하니 근무하는 학교는 몇 년 근무하면 또 다른 학교로 옮겨가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역사의식을 갖고 자료를 수집하여 정리하는 학교가 몇이나 되겠는가. 직전 교장인 정정숙 교장의 말을 빌리면 2019년 정 교장이 부임해 올 당시 학교에 100년사를 만들 아무런 대책이 없었다고 한다. 정정숙 교장의 축사 겸 경위 설명을 들어 보기로 한다. 

 

정정숙 직전 교장(2019-2022)의 축사와 경위 설명

  정정숙 교장은 현 동창회 조영순 회장과 협의하여서 100주년 기념행사를 기획하며 종암초등학교 100년사를 편찬하는 일을 협의하였으나 그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을 것이다. 더욱이 코로나 19로 말미암아 시간을 많이 잃었을 것이다. 짧은 시간에 총동창회를 구성하고 종암초등학교 100년사를 만들었으니 그 저력을 주시해야 할 것이다.

 

  서울 종암초등학교는 서울 동부교육청 산하 학교 중 처음으로 100주년을 맞는 학교이다. 우리나라 신교육은 국가에서 1886년 육영공원(育英公院)을 설립해서 양반댁 자제들에게 신교육을 시킨 것이 시작이고, 사립으로는 선교사 아펜젤러(Henry Gehard Appenzeller, 1858-1902)18852명의 학생을 데리고 시작한 배재학당(培材學堂)이 연원(淵源)이 된다. 백성에게는 교육의 기회가 거의 없던 시대이다.

 

  종암초등학교는 1922년에 개교했으니 3.1독립만세운동이 있고 3년 뒤가 된다. 종암의 설립은 주민들의 기부금으로 설립되었다. 전형필, 이재곤, 조진태, 탁기창, 안상호 등 유지들의 기부금과 주민들의 모금으로 세워진 학교이다. 숭인면장 김기택의 이바지한 바가 컸음도 신문기사는 밝히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허가는 일제가 했지만, 종암학교는 민족학교라 할 수 있다. 당시 동아, 조선, 매일 신문에 종암학교 설립에 관한 내용이 게재되었다. (종암초등학교 100년사. pp. 40-44)

 

서울 강남 보코(Voco) 호텔에서 개최된 종암100주년 기념식에서 총동창회원들(2022년 7월 8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총동창회를 구성하여 100년사를 만들도록 한 지도부의 역량이라 해야 할 것이다. 말이 쉬워 100년사이지 막상 만들려 하면 난관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한국전쟁과 1969년 학교 화재로 중요 서류가 소실된 상태이고 의도적으로 자료를 수집한 일이 없었으니 원자료가 부족했을 것이다. 동문들이 나서서 자료를 최대한 수집하여 어느 정도의 연결을 지었으니 그 노고가 대단한 것이었다. 물론 완벽하지 않고 앞으로 보충해야 할 부분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수집된 자료가 많으니 이것이 자산이 되어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이번 출간된 종암초등학교 100년사는 국배판 사이즈에 칼라로 인쇄했고, 양장으로 440페이지여서 고급스러웠다. 내용은 4장으로 구성되었다. 구하기 어려운 사진 자료를 많이 구한 것 같고, 역사의 징검다리를 연결해서 큰 흐름을 이어나갔다고 보인다. 어려운 작업이다. 모든 분의 수고를 다시 치하드린다.

 

총동창회 주최 100주년 기념식 국민의례, 여기선 사람들이 종암의 역사이다.

  역사는 그곳에서 그 시절에 산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이다. 종암 동문, 그 학부모, 교직원들의 삶이 역사이겠지, 사람이 역사이다. 사람이 없어지면 역사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 사람이 종암에서 산 삶을 이야기로 써 놓으면 그것이 종암의 역사가 될 것이다. 사진 자료나 기록이 중요하지만, 삶의 이야기는 더 중요하다. 나이 많은 사람들은 곧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니 살아있을 때 이야기를 들어두면 좋겠지, 젊은이들은 기억이 생생할 때 그때 이야기를 기록해 두면 종암의 역사가 될 것이다. 이런 자료가 정보사회에서 중요시하는 미시사가 될 것이다.

 

  유대인인 빅터 프랭클(Victor Frankle: 1905-1997)은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아 창시한 로고 테라피(Logotherapy, 의미요법)의 창시자로서 최고의 정신적 가치는 과거의 경험즉 경험에서 얻을 수 있는 각성, 의미부여, 미래를 향한 경험의 재구성 등으로 보았다. 정신적 가치를 과거의 경험을 재구성하는 것으로 본 것이다. 우리의 경험은 문화유산이 될 것이다. 우리의 삶의 경험에서 얻은 지혜가 전달되면 다음 세대를 풍요롭게 할 것이다.

 

조영순 총동차회장의 개회식 인사

  종암초등학교 100주년 기념식과 100년사 출판기념식을 동문 중심으로 가졌다고 한다. 나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여러 매체를 통해서 그 분위기를 실감했다. 저녁 6시부터 9시까지 웃음과 박수와 서로의 격려로 열광했다고 하니 마음이 따뜻해진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 참석회원중 최고 선배인 김윤권(20회), 서춘자(26회) 부부의 소회를 듣다.

  참석 동문 중 최고 선배인 김윤권(20)과 부인 서춘자(26) 선배 동문 부부가 참석하여 자리를 빛내고 소회(所懷)도 밝혔다니 다행이다. 많은 동문이 참석하여 학교설립 100주년을 기념했고 동문의 우의를 다졌으니 큰 성과가 있었다. 나는 영상으로 축하 인사를 했다. 감격스럽고 자랑스러운 일이다.

 

김정권(23회) 동문의 축하인사

  선배들이 해야 할 일을 후배가 나서서 성공적으로 했으니 더 자랑스럽고 그 노고에 대해서 고마움의 뜻을 전한다. 조영순 총동창회장, 오준석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장, 박명희 학교장, 동창회 임원, 종암초등학교 100년사 편찬위원장  장제일 동문(49회), 동 부위원장 최진혁 동문(52회), 이은봉 동문(50회), 박찬우 동문(53회) 이 모든 분에게 감사를 드린다. 최진혁 선생은 이 원고 보완을 위해서도 많은 조언을 주어서 감사드린다.

 

  욕심인지 모르겠으나 110년사가 간행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종암의 정체성이 더 확실해지고, 앞으로의 비전이 분명해지기를 바란다. 종암초등학교 위에 영광이 가득하고, 총동창회에 활력이 넘쳐서 왕성해지고, 모든 동창에게 신의 축복이 더하시기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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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J. K.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