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표범의 생존 법칙
야생(野生)에서 생존의 법칙은 냉혹하다. 순간의 생명을 잃을 수가 있다. 병들던지 다치면 생존할 수 없다. 모든 생명체는 타자의 희생 위에서 생명을 유지하고 마지막 자신도 죽어서 타자의 먹이가 되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새끼를 키우는 부모는 새끼가 성체(成體)가 될 때까지 먹여 살리지만 일단 성체가 되면 새끼와 먹이를 나누지 않는다.
몇일 전 KBS 동물의 왕국(2022년 9월 4일)에서 다룬 내용인데 아프리카 루왕가 강 계곡에 사는 표범 모녀의 이야기이다. 어미 표범 말라이키아는 7살인데 2살부터 독립해서 훌륭한 사냥꾼으로 자기 관리를 잘하고 있는 유능한 표범 엄마이다. 딸 표범 치파주아는 3살인데 사냥을 할줄 모른고 사냥하려하지도 않는 게으른 표범이다. 그리고 어미가 잡아 온 먹이를 뺏어 먹으며 1년이나 더 지나 지금은 3살이 되었다.
표범은 2살이면 자립을 해야한다. 부모로 부터 독립해서 자기 영역을 확보하고 먹이 사냥도 하고 새끼 낳을 준비도 해야 하는데 치파주아는 아무것도 준비된 것이 없었다. 치파주아는 사냥을 할 준비가 되어있지 못했다. 사냥기술을 못배운 것이다. 어떤 점에서 아예 배우려하지 않았을 것이다. 편안하게 어미가 사냥한 것을 빼앗아 먹으면 되니까,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오늘도 어미 말라이카아는 사냥을 해서 점심을 먹고 있는데 딸 치파주아는 나무 아래서 느긋하게 있다가 어미의 먹이를 빼앗으려 나무 위로 올라와서 모녀간에 다툼이 벌어졌다. 숲속에서 시끄러우면 방해꾼들이 모여오게 되어있다. 사자무리, 하이에나, 니카온 등이 모여오면 표범으로서는 상당히 위험에 처하게 된다. 이를 뻔히 알고 있는 에미가 그 자리를 떠난다. 그리고 딸 치파주아가 어미의 먹이를 느긋하게 먹었다. 그리고 어미가 물 먹으러 자주 가는 물가로 나갔으나 거기 어미가 없었다. 그리고 여러 시간을 기다려도 어미는 돌아오지 않았다.
치파주아는 어미가 떠난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혼자가 된 것이다. 어미는 자기 영역을 포기하고 다른 영역을 찾아 떠난 것이다. 암표범이 자기영역을 포기하고 다른 영역으로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치파주아는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사냥을 해야 하는데 기술이 없다. 야생을 움직이는 힘은 “배고품”이다. 배가 고파야 사냥본능이 발동하게 된다. 야생이 활발한 것은 야생 동물은 항상 배가 고프기 때문이라고 한다.
표범은 생존하기 위해서는 은밀히 행동해서 주변의 눈에 띄지 않아야 한다. 사냥하려면 목표물을 잘 선택하고 주의를 집중하고 상황판단을 잘해서 은밀하게 접근하고 기다려야 한다. 목표물이 5m 이내에 있어야 공격을 할 수 있다. 그래야 성공 가능성이 크다.
치파주아는 밤에 사냥에 나섰다. 후크 무리가 모여있는 곳으로 접근을 해갔다. 아주 근처까지 가서 후크무리가 잠들기를 기다리다가 자신이 먼저 잠이 들었고 깨보니 이미 사냥은 실패한 뒤였다. 모든 것이 엉망이다.
치파주아는 번번이 실패한다. 경험 부족, 인내심 부족, 조바심 이런 행동은 사냥을 실패하게 한다. 배가 고프니 이곳저곳을 배회하면서 청소동물들이 먹던 찌꺼기를 찾아 먹는다. 표범은 사체를 먹지 않지만 치파주아의 사정은 좀 달렸다. 사체도 충분한 것은 아니었다. 더욱 다른 청소동물들 특히 사자나 하이에나는 표범에게 위험한 존재들이다. 그런데 그 위험을 모르니 대처방법을 모르고 있었다. 제때 배우지 못한 치파주아에게는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다. 수 없이 위험에 처하게 된다.
치파주아 영역에 3살짜리 수표범 카인고가 살고 있었다. 카인고는 유능한 사냥꾼이었다. 수표범끼리는 영역을 공유하지 않는다. 카인고는 이 지역의 주인이었던 15살 루완배를 내쫓고 새로운 주인이 된 것이다. 그러나 암표범과는 영역을 공유한다고 한다.
바람이 전해 주는 냄새로 치파주아와 카인고는 만나게 된다. 둘 다 아직 경험한 일이 없는 사랑을 호기심과 두려움으로 맛보게 되지만 임신은 되지 않았다. 이때 치파주아가 임신이 되었다면 큰일이다. 아직 사냥도 할 줄 모르는 어미가 어째 새끼를 키우겠는가. 그러나 이 일이 있던 후로 치파주아는 훨씬 자신감이 생기고 어른스러워졌다.
치파주아는 어미가 은신하였다가 기습공경을 하던 소시지 나무(6∼12m, 열대성 교목)에 올라가서 어미의 방법으로 기다리다가 소시지나무 꽃을 먹으러 모여든 후크를 사냥하게 된다. 이것이 치파주아가 사냥에 처음 성공한 것이다. 표범은 사냥해도 지상(地上)에서는 먹이를 먹을 수가 없다. 사자나 하이에나에게 빼앗길 가능성이 높다. 사냥물은 안전한 나무 위로 올려놓아야 한다. 그리고 천천히 먹게 된다. 치파주아는 어미의 방법을 따라서 결국 해냈다. 후크를 사냥했고 60kg이나 되는 후크를 나무 위에 올려놓았다.
치파주아의 어미가 떠나지 않았다면 오늘도 그는 어미의 먹이를 뺏어 먹었을 것이다. 그리고 자립할 수 없었을 것이다. 자연의 생존 법칙은 자기 생명은 자기가 지키는 것이다. 표범은 어미와 새끼가 먹이를 나누지 않는다. 암수 사이에서도 먹이는 나누지 않는다. 자기 먹이는 자기가 사냥해야 한다. 사냥할 수 없으면 생존할 수 없을 것이다.
치파주아의 어미는 딸에게 사냥기술을 교육했을 것이고 적어도 2살 때는 자립해서 독립해 나가기를 바랐을 것이다. 그러나 딸은 그럴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생존전략이나 사냥기술을 익히지 않았던 것 같다. 극한 상황을 맞아서 다급하게 자기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그러니 생명의 위험에 처하기도 하고 극한의 배고픔도 경험했어야 했다. 야생은 쉽게 무엇을 내주지 않는다. 대가를 치러야 하고 그것이 때를 노친 경우 혹독한 것이 된다.
야생의 생존 법칙은 인간교육에도 잘 적용될 것이다. 오늘 풍요로운 세대에 젊은이들은 생존의 법칙을 배우지 않아도 잘 살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많은 것을 자식에게 주고 싶어 하는 부모가 있고, 생존 의지를 기르지 못한 청년들과 생존 기술을 익히지 못한 젊은이들이 우리 사회에 많다. 사회의 부담으로 돌아오고 타자에게 부담으로 남게 된다. 교육과 종교의 할 일은 무엇일까? 부모는 자식에 대해 어떤 가치교육을 수행해야 할까? 어미 표범 말라이카이에게서 배우면 좋겠다.
2022년 9월 14일(수)
Ⓒ 2022 J. K.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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