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상(斷 想)

[단상(斷想)] 69. 남천에 겨울이 오면

profkim 2022. 12. 4. 12:05

 

가을 단풍의 아름다움은 겨울 철새를 부르는 신호였다.

 

 

                          69. 남천에 겨울이 오면

 

 

 

 

 

  경산에 남천(南川)이 있어서 촉촉이 땅을 적시고 비교적 넓은 공간을 확보한다. 남천은 경산시 남천면에서 발원(發源)하여 22.5km를 흐르고 대구시 수성구 매호동에서 금호강에 합류하는 지류(支流)이다. 금호강(琴湖江)은 포항시 죽장면(가사령, 500m)과 기북면(성법령, 709m)에서 발원(發源)하여 포항시, 영천시, 경산시와 대구를 경유하여 114.6km를 흐르고 대구시 달서구 파호동에서 낙동강에 합류하는 낙동강(洛東江) 지류(支流)이다. 금호강 주변에 많은 평야를 이루고 급수원(給水源)이 되기도 하여 경상북도의 젖줄이라 할 수 있다. 남천의 유역면적은 109.4km²이어서 경산시의 숨통을 열어주는 효과가 있다.

남천의 텃새 대백로와 외가리 그리고 철새인 소백로

  나는 남천을 걷고 그들과 이야기하고 호흡한다. 남천은 나에게 계절을 알려주고 아주 일부분이지만 자연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알게도 한다. 그래서 가능한 남천의 둔치를 걸으려 한다. 신선한 공기와 하늘과 산과 구름을 벗하고, 야생화는 나의 다정한 이웃이다. 그에 더해서 겨울이 되면 철새 무리가 나를 무척 반겨준다. 나는 그들이 어디서 왔는지, 오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렸는지 아는 것이 없지만 나를 찾아준 것에 그저 반갑고 기쁠 뿐이다.

 

남천의 새벽을 여는 물오리들의 몸단장

  남천의 여름은 무성히 자라는 물억새, 부들, 고마리 등 수초와 토착 새들 대백로, 왜가리, 해오라기, 물오리, 참새, 비둘기 만이 강을 지킨다. 그러나 그 개체 수가 많은 편이 아니다. 겨울이 되면 철새가 온다. 소백로, 청둥오리, 물병아리, 흰 깃털 물오리 등이 남천을 찾아와서 겨울을 지내게 된다. 철새가 오면 남천에 생기가 돌고 강이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게 된다.

 

철새 힌 깃털 물오리가 와서 남천에서 유영(遊泳)을 한다.  

  십일월 말로 접어들면 나는 이들 철새가 왔는지 세심히 관찰한다. 새벽에 둔치를 걷다 보면 소백로 무리가 관찰되고 안도의 숨을 쉰다. 역시 찾아왔구나, 철새가 온다는 것은 이곳의 생태계가 쓸만하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여기 먹이가 있고 쉴만한 곳이 있고 안전하다는 판단이 그들로 이곳을 찾게 한 것이기에 반가운 마음은 철새뿐만이 아니라 이곳 생태계의 건전함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철새 소백로와 힌 깃물오리의 비상

  십일월로 접어들면 남천의 새벽은 물안개로 자욱한 때가 더러 있다. 물안개 일면 곧 철새가 온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십일월 말에 소백로 수십 수()가 남천에 나타났다. 대 백로보다 덩치도 작지만, 훨씬 활동적이다. 대백로나, 왜가리, 해오라기는 한자리에서 먹이를 기다리는 편이지만 소백로는 이동이 잦고 좀 더 활발해서 남천은 더 분주한 모습을 보인다. 따라서 활기가 넘친다.

 

11월 물안개로 앞이 보이지 않는 남천

  청둥오리나 힌 깃털 오리 역시 텃새인 물오리보다는 이동과 활동이 많은 편이다. 떼를 지어 날아오르고 무리의 이동도 활발하다. 겨울의 남천은 활발한 편이다. 남천이 금호강의 지류이고 금호강은 낙동강의 지류이니 남천은 동리의 조그마한 강이다. 그러니 철새라야 소백로, 청둥오리, 힌 깃털 오리, 물병아리 정도이고, 순천만이나, 을숙도, 낙동강 하구 습지 등에 날아오는 큰고니, 도요새, 노랑부리저어새, 물닭 등과 같은 철새를 기다린다면 생태를 모르는 사람이겠지, 남천 생태에 걸맞은 철새가 남천에 와서 겨울을 편안히 그리고 배부르게 먹고 간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오릿과의 새는 수생식물을 먹고, 백로 과의 새는 물고기나 개구리를 잡아먹는다. 오리는 먹이 활동이 비교적 안정적인 데 비해 물고기를 잡아먹는 백로 과는 배고픔과 많은 기다림이 있는 것 같다.

 

2022년 12월 1일(목) 남천에서 관측된 소백로 무리  

  남천의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건강한 먹이사슬이 형성되도록 조성해야 한다. 먹이가 많아지면 더 많은 철새가 도래할 것이고, 생태계는 더 건강해질 것이다. 낙동강 하류에서 철새에게 먹이를 주는 운동을 벌인다고 한다. 이는 아주 많이 잘못된 것이다. 생태계가 철새를 받아들일 수 없으면 떠나야 한다. 단 인간은 생태계를 건강하게 보존하고 파괴하지 않아야 한다. 자연에 인간이 간섭하면 교란(攪亂)이 일어나고 잘못될 확률이 높다. 자연은 인간의 지혜보다 훨씬 탁월하여 인간의 개입을 허용하지 않는다.

경산 남천 둔치에 가을을 장식한 국화, 지금은 사라지고

  겨울 남천은 살아 역동하는 힘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철새의 도래와 추위 속에서 더 활발해진 나의 활동은 힘이 있어서 생명력이 넘친다. 오늘 호흡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2022124()

2022 J. K.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