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 잠시 동안의 상념(想念)
며칠 전 예고 없이 정전(停電)이 되었다. 긴 시간은 아니나 15분 정도는 되었을 것이다. 잠시지만 고층에 사는 나로서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우리나라 사정으로 오랜 시간 정전이 될 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정전된 시간에는 여러 가지 생각에 잠겼었다.
근래에 고층 아파트가 즐비하게 생겨나고, 아파트 고층은 선호(選好) 층이라 하니 자연 가격도 비싸고 상대적으로 저층은 인기가 없는 모양이다. 나는 타의(他意)로 27층에 살게 되었는데 노년에게 고층이 좋을 리 없다. 엘리베이터가 있으니 오르내리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고 조망이 좋으니 그냥 적응하며 살았다. 그러나 여러 가지 위기 상황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응방안이 없다.
갑작스러운 정전으로 여러 가지 가정(假定)을 하게 되었다. 엘리베이터가 없으면 무슨 방법으로 지상으로 내려갈까? 식량과 식수는 어떻게 공급할까? 등 소소한 문제들이 생각나고 고층에 대한 문제점이 하나 둘 떠올랐다.
현대 공학기술은 고층 건물뿐만이 아니라 도로며, 교량과 터널 건설, 댐(dam) 등 수 많은 구조물을 만들어 사람의 삶을 편안하게 하였다. 사람이 편안하지만, 자연은 훼손되고 공기 오염이 날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인간 문명의 발전은 지구생태계를 바꾸어 놓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라 인간을 제외한 다른 동물의 종이 줄어들고 개체 수가 감소하게 되었다. 자연환경의 파괴는 많은 종(種)의 생물 생존을 위협하고 여기 머물러있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인류의 멸망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연 앞에 인간의 존재는 아주 미미(微微)한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자신을 잘 모른다. 그리고 끊임없이 욕심을 채우려 한다.
지구라는 아주 작은 행성(行星)에서 지구를 우주의 전체인양 생각하고 자신이 살고 있는 공간을 아주 크게 여기지만 우주의 먼지 한 알에서 인류가 산다는 생각을 먼저 해야 한다. 나는 어렸을 때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높은 산과 깊은 계곡을 보면 지구가 둥글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요새 어린이들은 인공위성에서 촬영한 지구를 보고 지구가 둥글다는데 의문을 갖지 않을 것이다. 더 멀리서 보고, 크게 본다면 세상이 달라질 것이다.
산업사회가 진행되는 동안 인류는 자연을 지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결과는 지구 파괴와 인류의 멸망이라는 것을 터득하게 되었다. 늦었지만 인간은 자연 일부이고 자연에 순응할 때만 생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인간이 많이 갖고, 더 편리하고, 더 많이 저장한다면 그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고층빌딩을 바라보면 바벨탑이 연상된다. 탑을 높이 쌓으면 아무리 큰 홍수가 와도 잠기지 않는다고 생각했었지, 그러나 그들은 언어가 통하지 않아서 결국 와해하고 만다. 오늘 고층빌딩에 사는 사람들은 단절의 세계에서 외롭게 살아간다. 내가 사는 아파트엔 한 층에 3가구가 산다. 그러나 왕래는 없고 혹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인사 정도 하는 수준이다. 내가 젊었을 때의 이웃이 아니다. 오늘 젊은 세대는 현재 상태가 자연스럽다. 그러나 나와 같은 세대에게는 삭막하다고 느껴진다.
문명의 이기가 가져온 현 세태를 어떻게 보아야할까, 마냥 편해진 세상이 좋기만 할까? 우리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고 있는지, 인류는 소중하고 아름다운 행성 지구를 어떻게 보전할는지, 인간의 욕심은 얼마나 더 커질까? 인간이 내려놓지 않으면 결국 다 잃게 된다는 진리를 언제쯤 터득할까? 아침 시간에 컴퓨터 앞에 앉아서 잠시 상념에 잠겨있었다.
2022년 11월 29일(화)
Ⓒ 2022 J. K.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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