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상(斷 想)

[단상(斷想)] 81. 마음의 행로(行路)

profkim 2023. 3. 21. 18:03

수선화는 자만이라 했던가, 그러나 높은 자기존중 감으로 정립된다면 좋지!

 

 

 

                             81. 마음의 행로(行路)

 

 

 

  아직 한국전쟁의 여운(餘韻)이 다 가시기 전에 내가 감명 깊게 본 영화 중 마음의 행로”(원작명은 Random Harvest, 제작은 1942) 라는 멜로 영화가 있었다. 감독은 머빈 르로이(Mervyn LeRoy)이고 여자 주연배우는 그리어 가슨(Greer Garson), 남자 주연배우는 로날드 콜먼(Ronald Colman) 이었다. 두 주연배우의 인물이 너무 출중하여 그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쏠쏠했다.

 

  원작 Random Harvest의 저자는 제임스 힐턴(James Hilton)으로 1941년에 발표된 작품인데 1942년에 영화로 제작되어 세계적 선풍을 일으켰었다. 제임스 힐턴은 우리에게 잃어버린 지평선(Lost Horizon) 으로 널리 알려진 명작을 쓴 대단한 작가이다. 그가 이상향(理想鄕)이라고 생각했던 샹그릴라(Shangri-La)는 천국을 의미했을 수도 있다. 현재 미국 메릴렌드의 대통령 휴양지 캠프 데이비드(Camp David)의 처음 명칭을 루스벨트(Franklin Delano Roosevelt, 1882~1945) 대통령이 샹그릴라라고 명명했었다. 이를 아이젠하워(Dwight David Eisenhower, 1890~1969) 대통령이 현재 이름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이 훼리(ferry)는 두 지점을 왕래하는 배이니 항로(航路)가 정해져 있다.; 구름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

  멜로 영화 마음의 행로는 깊은 감동을 주는 영화이다. 고전 영화 중에서도 인간의 진실한 애정이 갖는 생명력을 유감없이 나타냈다고 생각된다. 정신세계에서 상실(喪失)한 사람과 그를 진심으로 사랑한 사람 사이에 일어난 진솔한 삶을 그려냄으로 사람의 실존적 의미를 부각한다. 그래서 이 영화를 사람답게 사는 길 그리고 남녀 간의 로맨스를 아름답게 그려낸 최고봉의 영화라 하겠다.

 

  이 영화의 남자주인공 찰스(Charles Rainier) ()은 남자 주연배우 콜먼(Ronald Colman)이고 여자 주인공 폴라(Paula Ridgway) ()을 맡은 여자 주연배우는 그리어 가슨(Greer Garson)인데 그녀는 미모, 연기력, 지성미를 갖춘 완벽한 배우였다. 이들은 영국 출신의 배우이고 허리우드에서 활약했다고 한다.

 

  찰스는 제1차 세계대전에 영국군 장교로 참전하여 머리를 다쳐서 기억상실증에 걸린다. 그는 영국 미드렌즈(Midlands) 정신병원수용소에 수용되어 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찰스는 과거의 모든 기억을 상실했고 자연 자존감이 없고 미래에 대해서도 예상할 수 있는 아무것도 없었다.

벚꽃도 철을 모를 때가 있을까? 옛날엔 4월 초에 꽃이 피었는데 요즘은 3월 20일경 피니 기억상실증이 아닐까?

  찰스는 수용소의 경비가 소홀한 틈을 타서 수용소를 빠져나왔고 거리를 배회하다가 한 상점에 들어가게 된다. 거기서 운명적으로 한 아름다운 여성을 만나게 된다. 폴라는 한눈에 찰스가 수용소에서 탈출했음을 알아보았다. 그러나 연민의 정으로 그를 돕게 된다. 찰스는 부모도, 고향도, 자신의 군 복무 기억도 아무것도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영국의 애국자인 찰스가 음침하고 부당하게 대우 되는 정신병원에 수용되어 있었다는 것은 영국 사회가 찰스에게 잘 못 한 것이다. 찰스는 영국의 영웅으로 대접받았어야 했다. 폴라는 호기심, 동정심, 모성애 같은 복합 감정을 갖게 되고 찰스를 돕게 되고 결국 부부가 되었다.

 

  폴라는 찰스와의 결혼생활을 위해서 농촌 한적한 곳에 작은 집을 마련하여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둘만의 생활을 하였다. 폴라를 만난 찰스는 재활이 되어가고 그의 잠재된 능력이 발현되어 작가로서 성숙해 간다. 그 지역 신문사의 연재기사를 쓰게 되고 기사 원고를 신문사에 전달하려고 나갔다가 또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다. 이 사고로 찰스는 전쟁 중에 상처를 입은 그 후의 기억 즉 폴라를 만나서 생활한 것 등의 기억이 상실되고 군대 생활 이전 어렸을 때 기억이 되살아나게 되었다.

개나리의 화려함이란 제철을 맞는 모습이라네

  찰스는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고 가족을 만나고 재력가인 부모의 재산을 상속받고 회사도 인수하여 회장이 된다. 그러나 폴라와의 삶은 모두 잊어버려서 그동안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모른다. 한편 폴라는 돌아오지 않는 찰스를 백방으로 찾게 된다. 하루는 신문에서 찰스가 어느 회사의 회장으로 소개된 것을 보게 된다. 그리고 그 회사에서 비서를 모집한다는 기사를 보고 지원하여 찰스의 비서가 되었으나 찰스는 폴라를 전연 알아보지 못했다.

 

  폴라는 자연스럽게 찰스 곁으로 갔지만, 남남처럼 지내야 했다. 폴라는 지난날의 이야기는 하지 않으면서 찰스가 기억을 되살리도록 백방으로 노력을 한다. 폴라는 너무 지쳐서 휴가를 내고 촌집, 찰스와 같이 신혼생활을 하던 집으로 쉬러 간다. 찰스 역시 수용소 이후의 자기 생활을 기억할 수 없어서 허전한 감정으로 불안해하다가 옛 거리를 배회하게 된다. 한 걸음씩 폴라와 같이 살던 촌의 작은 집을 찾아가게 된다. 거기서 폴라를 만나고 기억을 회복하게 된다는 해피엔딩인 영화이다.

수선화는 자만이란 이름을 얻었지만, 현실에 토대한 자기 세움이 라면 좋겠지

  여기서 사람의 뇌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억력이 얼마나 사람에게 큰 영향력을 주는 가를 생각하게 된다. 제임스 힐턴의 Random Harvest를 보라 원작 명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농부가 최선을 다해서 농사를 짓고 토양이 좋고 기후가 좋았다고 해서 농부가 추수하는 것이 많을까? 농사짓는 일과 추수는 예측하기 어려운 일이다. 사람의 사는 문제는 이와 같다고 보아야 한다. 알 수 없는 것이 사람의 삶이다.

 

  나는 여기서 단순한 기억의 문제를 넘어서 정신적 가치를 하나 설명하려 한다.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일이다. 우리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우리의 마음은 어떤 행적(行蹟)을 그릴까? 세상을 아주 힘들어하며 사는 사람도 있고, 여유롭게 사는 사람도 있다. 그 사람의 조건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사람의 조건과 관계없이 삶을 지배하는 정신적 가치가 있다.

 

  한 사람이 등짐을 지고 산을 넘고 계곡을 건너가야 한다면 얼마나 힘든 일이겠는가? 그의 짐 무게는 아주 클 것이다. 그 길에는 장애물도 있고, 평탄하지도 않고, 고생스럽고, 지치고, 불안하고, 등에 지고 있는 짐의 무게는 갈수록 더 무거워질 것이다. 우라가 한 두번은 경험해본 일이다. 정신세계에서도 이런 경우가 있다.

살구꽃은 벌과 상생(相生)하여 열매를 맺는다.

  사람이 불신(不信)하며 갈등(葛藤) 관계로 살아가는 경우가 바로 이런 경우일 것이다. 자신이 지고 있는 짐을 누군가 대신 저주기를 바라지, 그러나 우리가 지고 있는 짐을 대신 져 줄 사람은 없다. 예수님이 대신 저 주시겠는가? 그렇지않다. 창조주도 우리의 짐을 대신 져 주지는 않는다. 내 짐은 내가 져야 한다. 다만 어떤 마음의 행로(行路)를 가는가의 문제이다.

 

  불신이 우리에게 주는 정신적 상황은 어떤 것들인가? 불안하고, 자신이 없으며, 두렵고, 소극적이고 부정적이 된다. 따라서 타인을 수용할 수 없고, 적대적으로 보기 때문에 하나가 될 수 없다. 모든 사람을 경계의 대상으로 봄으로 협력할 수 없게된다. 이런 사람의 삶은 고난의 길이 된다. 스스로 짐을 지고 산도 넘고 계곡도 건너야하는 사람이다. 힘든 삶을 살아간다고 보아야겠다.

 

  이런 사람은 곧 좌절하고, 포기하게 된다. 그 속에는 어려움을 이겨낼 정신적 힘을 갖고 있지 못해서이다. 인간관계를 이어나가는 것이 어렵다. 고립되어서 협력할 수 없게 된다.

물이 가벼워 지면 구름이 되어 창공을 여유(旅遊)한다. 사람도 짐이 가벼워지면 행복이 온다.

  짐을 아주 쉽고 편안하게 가지고 가는 사람도 있다. 자동차에 짐을 싣고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사람이다. 짐이 크다고 해도 자동차에 싣고 가면 쉽고 편안하겠지, 그리고 거침없이 빠르게 이동할 것이다. 어떤 사람은 이런 삶을 살아간다. 사회적, 경제적 여건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 가치를 말하는 것이다.

 

  믿음은 고속도로에 견줄 수 있다. 믿음 안에서는 막힘이 없고, 자유로우며, 거칠 것이 없으며, 기쁨이 있을 것이다. 두 사람이 서로 믿는 사이라면 만남이 편안하겠지, 기쁨이 있겠지, 자유롭겠지, 서로 일체감을 느끼겠지, 만일 내 눈이 믿음의 눈이라면 상대와 관계없이 내가 자유 자가 되고, 평안한 사람이 되고, 사회, 자연, 사람들과 하나로 통합될 것이다. 하늘과 땅이 아름답겠지, 만나는 사람이 멋있게 보이겠지, 어떤 일이라도 자신감이 생기겠지, 믿음 그 자체가 힘이기 때문이다. 믿음은 밖으로 나타난 행위가 아니고 내적 마음의 자세라 하면 좋을 것이다.

벚나무는 꽃 피고 열매 맺는다는 믿음이 있다.

  고속도로에는 자동차가 달린다. 고속도로의 기능은 자동차가 달리는 것이다. 자동차를 사랑이라 하면 좋겠다. 사랑이라는 자동차에 모든 짐을 싣고 고속도로를 달린다. 그 길에는 장애물도, 막힘도, 방해하는 것들이 없다. 그래서 자유가 있고, 평안함이 있고, 기쁨이 있다. 이런 사람은 짐을 가지고 가지만 무겁지 않고, 편안하고, 기쁨으로 짐을 진다. 정신적 가치의 문제이다. 우리의 마음의 행로는 어떤 상태일까?

 

  사랑이라는 자동차는 믿음이라는 고속도로를 통해서 계곡도 지나가고, 높은 산도 넘어서 먼 곳까지 단숨에 달려간다. 설명을 붙인다면 세상에서 당하는 고난이나, 실패나, 좌절 같은 부정적 가치가 있다고 해도 사랑이라는 자동차는 이를 다 넘어갈 수 있다. 그래서 믿음과 사랑 안에서는 고난이나 실패를 이길 힘을 갖게 된다.

열매로 나무를 안다. 인간은 행위에서 그의 정신적 가치를 가늠한다.

  마음의 행로(行路)에서 폴라의 삶은 어떤 것이라 해야겠는가? 찰스를 사랑하였기에 그의 기억을 되살려낼 수 있었겠지, 찰스가 망각했던 기간을 회상시키기 위해서 큰 노력을 기울이는 등 그녀가 진 짐은 어떤 것이라 하면 좋을까? 사랑이라는 자동차에 짐을 싣고 갔다면 쉬웠을 것이다. 물론 폴라의 진 짐의 무게는 제삼자가 본 것보다는 훨씬 가벼웠다고 생각한다. 폴라는 찰스를 사랑했으니까!

 

  정보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신적 행로(行路)가 승용차에 짐을 싣고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행복한 삶(행로)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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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J. K.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