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자연에서 배우는 지혜: 퇴진과 도전
아프리카 적도 근처 서부해안에 자리한 나라 가봉(Gabon)은 덥고 습한 공기로 800종 이상의 나무가 자생한다고 한다. 따라서 많은 동물이 자리 잡고 살아간다. 가봉의 레케디공원에 특이한 원숭이인 맨드릴개코원숭이(Mandrill; 학명 Mandrillus sphinx, 이하 맨드릴이라 함) 가 살고 있다.
맨드릴은 혈연으로 맺어진 암컷들을 중심으로 하여 대가족을 이루고 살아간다. 숲에서 가장 큰 규모의 집단을 이루고 사는데 큰 집단은 수백 마리로 구성된 것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무리의 대장은 수컷인데 한두 마리가 있는가 보다. 물론 대장은 하나이니 다른 하나는 대장에게 순종해야 할 것이다. 대장만이 후손을 남길 수 있으니 다른 수컷도 대장 자리를 노리는 후보일 것이다.
오늘 이야기는 KBS동물의 왕국(2023.04.02., 가봉의 영장류)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오늘 등장하는 맨드릴 수컷은 3마리인데 제작자들이 이들에게 이름을 부여해서 나도 이를 따라서 그들의 이름을 부르려 한다. 오늘 등장하는 수컷의 이름은 현재의 통치자인 듀스와 듀스에 도전하려는 토론토와 쌍칼이다.
듀스는 15살쯤 되었다고 한다. 맨드릴로 보아서는 이제 노쇠해가는 나이이다. 듀스는 그동안 많은 자손을 남겼고, 무리의 먹잇감을 찾아서 무리가 배부르게 먹고 안전하게 살도록 하는 대장의 역할을 잘 수행해와서 훌륭한 통치자였다. 동물의 세계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먹이가 있는 곳을 잘 찾아내고 무리를 인도하는 일이다. 모든 동물이 대부분 시간을 먹이 활동으로 보낸다는 사실을 보면 먹이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 것이다.
맨드릴 수컷은 암컷이나 무리의 다른 맨드릴과 생김새가 다르다. 크기도 훨씬 크고 코는 선명한 붉은 색이고 뺨은 밝은 푸른색에 요철로 되어있어서 더 효율적으로 밝게 보이게 된다. 또 엉덩이 부분도 꼬리 부분은 진한 적색이고 주변부는 밝은 푸른색이다. 무리가 먹이를 찾아서 이동할 때면 이 색이 밝은색으로 변해서 무리가 이를 보고 따라오게 된다. 이 화려한 색은 대장의 건강상태와 힘의 상태를 나타내게 되어서 더 밝은색을 띠면 유능한 대장이라고 한다.
대장 듀스는 나이가 들어가고 새로 들어온 토론토는 젊고 패기가 넘치는 젊은 이다. 자연 토론토는 대장이 되고 싶어 할 것이다. 그래야 자손도 남기고 무리를 지배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수컷은 대결을 벌이게 되었다. 그러나 이들의 싸움은 매우 신사적이다.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서 6cm가 넘는 송곳니로 물면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코와 뺨의 붉은 색과 푸른색이 누가 더 선명한가를 보면 누가 힘이 더 센가를 안다고 한다. 그래서 근접해서 붙어보면 물리적 싸움을 하지 않아도 우열을 결정 짓는다고한다. 만일 그 상태가 비슷하면 물리적 충돌을 해야 한다.
듀스와 토론토의 대결은 늙음과 젊음에 대결이니 코와 뺨의 색으로 결정이 났다. 그래서 듀스는 쓸쓸한 퇴진을 한다. 그 많은 자식 가운데 하나도 잘 가라고 인사를 한다든지 아쉽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 많은 암컷도 아는 척을 하지 않는다. 그저 쓸쓸히 조용히 떠나는 것이다. 이것이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같다. 듀스는 역사적 사명을 다하고 그 역시 자연으로 돌아간 것이다. 그의 최후는 조용히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게지, 그는 소명을 다하고 자기 갈 길로 간 것이다.
통치자가 된 토론토는 성격이 급하고 강권 통치를 하는 대장이었다. 암컷을 폭력으로 다루고 어린것들에 대해서도 폭력을 일삼아서 무리의 모두가 겁에 질려서 토론토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무리에 또 하나의 수컷 맨들리인 쌍칼은 부드럽고 암컷의 털을 골라주며 사회적 관계를 돈독히 하는 등 사교성이 높았다. 이를 대장인 토론토가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두 수컷은 대결을 하게 되었는데 토론토와 쌍칼은 코와 뺨의 색으로 승패를 결정하기에는 너무 대등하였다.
토론토는 대장으로서 자존감과 꼭 이겨야 한다는 의지에 불타 있었으나 쌍칼에게는 그런 투지가 없었다. 그 결과 쌍칼이 싸워보지도 않고 물러섰다. 쌍칼은 무리를 떠났다. 무리에는 폭군 토론토만이 남아 있었으나 무리 중 누구도 토론토를 환영하지 않았다. 그러니 토론토는 더 폭군으로 변해갔다. 그 도가 넘어서 암컷들의 대 반란이 일어나서 토론토를 대항하게 되었다. 이즈음에 쌍칼이 무리에 다시 돌아왔다.
암컷들의 반란에 고무된 쌍칼이 토론토를 몰아내는 데 앞장을 섰다. 멀리 쫓아버리고 쌍칼은 승자로 당당히 무리에 돌아왔다. 맨드릴 사회는 암컷들의 혈연 공동체다. 그들은 따뜻한 사회성을 가춘 대장을 요구한다. 대장이 폭군이었을 때 그들은 주저 없이 몰아낸다. 암컷의 크기는 수컷의 1/3이라 한다. 그러나 집단이 되었을 때는 힘의 균형이 다르다.
맨드릴 무리를 잘 이끌어가려면 대장은 건강하고 힘이 있어야 한다. 주변 상황을 잘 알아서 먹이가 있는 곳을 알아야 하고 결단력이 있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암컷들을 중심으로 한 구성원들과 유대를 가져야 한다. 이런 것들이 지도자의 자질이라 할 것이다. 물러남과 도전에 법칙이 있고 그에 따를 때 좋은 지도자가 될 것이다. 이들 무리를 지배하는 원리와 인간 사회를 지배하는 원리에 무엇이 다르겠는가?
2023년 3월 9일(목)
Ⓒ 2023 J. K.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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