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상(斷 想)

[단상(斷想)] 84. “엄마”라는 이름

profkim 2023. 5. 8. 18:25

아프리카의 황량한 들에는 무수한 야생이 삶을 영위하는 곳이다. 자료출처: https://search4.kakaocdn.net/argon/656x0_80_wr/3Ue06NsreEz

 

 

                      84. “엄마”라는 이름

 

 

 

  얼마전 텔레비전 담론에서 우리나라 출산율의 심각성을 논하는 프로그램을 본 일이 있다. 이들의 대화 중에 출산에 관한 생각의 변화를 언급하면서 과거에는 자녀의 출산을 생산재(生産財)라고 보았는데, 지금은 소비재(消費財)라고 본다는 것이다. 놀라운 표현이다. 말하자면 옛날에는 자녀의 생산을 노후의 생계보장으로 보았는데, 요즘은 돈을 써 가면서 기르는 것으로 끝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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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저런 이유로 우리나라 출산율이 줄어들어서 2022년에 합계출산율이 0.78이라니 머지않아서 인구 소멸 현상이 나타날 것이고 그 추이가 급속할 것 같다. 자연에서는 인간의 개입으로 멸종되는 동식물이 있는가 하면 인간사회는 자신들의 향락이나 편의를 위해서 출산을 거부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톰슨가젤 새끼는 가장 연약한 존재이나 어미가 있어서 생존할 수 있다. 자료출처: https://search4.kakaocdn.net/argon/656x0_80_wr/JteSYQM2nS8

  KBS 동물의 왕국(202355, 엄마는 오늘도 지킨다. 202356, 엄마는 오늘도 달린다.)의 방영은 자연에서 일어나는 엄마의 헌신적이고 강인한 새끼 기르는 모습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이에 비하면 우리 인간은 참으로 부끄럽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이틀간 방영된 어미의 새끼 기르는 사례(事例) 중 몇 사례를 소개하고 그 의미를 같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 사례는 톰슨가젤과 치타가 새끼를 기르는 사례이다. 톰슨가젤이 새끼를 낳았는데 새끼는 곧 일어나 걸어야 한다. 그리고 그날 밤을 잘 넘기는 경우는 50%에 불과하다고 한다. 가젤 새끼가 아직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데 치타가 나타났다.

 

톰슨가젤은 초식동물이지만 포식자의 생존에 절대 필요하다. 자료출처: https://search4.kakaocdn.net/argon/656x0_80_wr/KDpdXmvoYgT

  어미는 치타의 눈에 띄도록 자신을 치타 앞쪽으로 가는 동시에 새끼가 땅에 꼼짝하지 않고 엎드리게 하였다. 놀라운 일은 출생해서 몇 시간 되지도 않은 새끼가 본능적으로 땅에 납작 엎드리고 머리도 틀어서 몸에 착 붙이는 것이다. 어미는 치타를 따돌리고 다시 새끼에게로 돌아와서 반가이 만나 새끼를 핥아주고 젖을 먹인다. 강인하고 용감한 엄마로 자식을 구해냈다.

 

  반면 치타 역시 새끼를 6마리나 기르는 엄마였다. 그러니 치타의 허전함이란 어떤 것이겠는가. 치타가 새끼를 여섯 마리나 낳는 경우는 흔한 일이 아니다. 그러니 어미 치타는 힘이 더 많이 들 수밖에 없었다. 치타 새끼는 6주나 되어서 어미의 젖만 가지고는 만족할 수가 없는 상태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개코원숭이 무리를 만나게 되었다. 치타는 개코원숭이보다는 빠르고 힘도 세지만 새끼는 얼마든지 죽일 수 있고 이는 미래를 대비하는 일이어서 만나면 죽인다고 한다.

 

어미 치타와 연약한 새끼들, 새끼의 생존은 어미에게 달려있다. 자료출처: https://namu.wiki/jump/%2FFY%2FkmjkC7GAb1tllUWtfx7ty40Xk5E1kahA7c7Tm83LvkJi%2FSSiA2OCwFIh0OerciPp5enqOZgm58ZHpJvyv0P8EiAVovmFcMuasknWpj2wwSHj3NKZFSp1dx%2FQKm0TReqdXH8fbBR3XD0UkHWV%2Bw%3D%3D

  어미 치타는 새끼를 숲속으로 피신시키고 개코원숭이와 대결해서 원숭이를 물리쳤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 치타 새끼 한 마리가 사라졌다. 야생에서 새끼가 혼자서 밤을 지낸다는 것은 무척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어미는 계속 새끼를 부르고 있다. 아침이 되어서 생존을 위해서 치타는 사냥을 나가게 된다. 어미가 사냥을 하는 동안은 새끼들은 무방비 상태여서 무척 위험하다. 그래서 어미는 새끼를 숲속에 잠복시키고 나가서 가젤 한 마리를 사냥하는 데 성공한다.

 

가젤을 사냥하는 치타의 절박한 심정 자료출처: https://search1.kakaocdn.net/argon/656x0_80_wr/Fp1j8HfYuAN

  어미는 새끼들을 먹이가 있는 곳으로 인도하였고, 치타 새끼들은 가젤로 배부르게 먹고 있지만, 어미 치타는 먹지 않고 어제 사라진 새끼를 계속 부르고 있다. 천운이 따랐는지 어미의 신호음을 들은 새끼가 돌아왔다. 얼마나 반가웠겠는가. 새끼를 기르는 어미는 강인하고, 투지에 불타고, 똑똑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새끼를 지킬 수 없을 것이다.

 

  톰슨 가젤이나 치타의 어미는 자신을 돌아다 보지 않고 새끼를 기르는 일에 전념하였다. 이런 어미의 강인함과 투지와 순발력이 하나 되어서 새끼는 생존 할 수 있게 된다.

 

  두 번째 사례는 암사자의 새끼 기름이다. 사자는 새끼 출산을 보통 두세 마리인데 이 암사자는 5마리 새끼를 낳았다. 어미가 무척 힘든 상황이라 해야겠다. 더욱이 사자는 새끼를 낳을 때는 무리를 떠나서 혼자서 새끼를 낳고 약 3개월은 혼자서 기른 다음 무리에게로 가서 가족과 상견례를 한다고 한다.

 

내새끼는 내가 지킨다. 다짐하는 어미 사자의 투지 자료출처: https://search2.kakaocdn.net/argon/656x0_80_wr/9IAdIwBWNko

  이 사자 어미는 다섯 마리의 새끼를 낳아서 3개월이 거의 다 되었다고 한다. 암사자와 새끼 다섯 마리는 무게가 800kg이나 되는 물소 무리와 조우(遭遇)하게 된다. 물소에게는 사자 새끼는 일찍이 제거해야 하는 대상이다. 그래서 어미 사자는 물소와 대처하여서 물리쳤지만, 더 큰 문제는 고기를 먹여야 하는 새끼 5마리가 배고파하고 있었다. 먹여야 한다. 사냥을 나가야 하는 데 새끼의 안전이 문제가 된다. 그래서 영리한 어미는 새끼를 나무 위로 피신시키고 사냥을 나가게 된다.

 

  암사자는 얼룩말을 만나서 추격하게 된다. 암사자 혼자서 얼룩말을 잡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무리로 사냥하면 쉬운 대상이지만 혼자서는 힘든 일이다. 그러나 절박한 어미는 용감하게 덤벼든다. 얼룩말 뒷발질에 채이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어미 사자는 필사적으로 얼룩말에 올라타고 목통을 조이는 데 성공한다. 얼룩말을 넘어뜨리고 피투성이가 된 어미 사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안도의 한숨을 쉰다. 그리고 어슬렁어슬렁 새끼에게로 간다. 나무 위에 숨어있는 새끼들이 신호를 받고 내려오니 어미는 피 묻은 얼굴로 새끼를 핥아줌으로 애정을 표한다.

 

얼룩말을 사냥하는 암사자의 투지, 얼룩말의 희생이 사자의 생존을 보장한다. 자료출처: https://search3.kakaocdn.net/argon/656x0_80_wr/8AcW30SmDZp

  새끼들은 어미를 따라서 얼룩말이 쓰러져 있는 곳으로 가자, 먹이를 먹는다. 이 정도의 먹잇감이면 일주일의 양식이 된다니 일주일은 편안히 지낼 것이다. 그러나 야생은 쉴새 없이 일해야하고 조금만 방심하면 죽음이 있고 먹이가 없어도 죽게 된다. 얼마나 냉혹한 현실인가. 어미가 없는 새끼의 존재는 상상할 수 없는 것이다.

 

  세 번째 사례는 톰슨 가젤과 자칼의 새끼 기르기이다. 이제 3년 된 톰슨가젤이 첫 새끼로 수컷을 낳아서 상당히 성장한 상태이다. 그러나 아직 젖을 먹고 있으며 모든 것이 위험한 상태이다. 적어도 8개월은 지나야 하는데 아직 그렇게 자라지는 못했다. 가젤 새끼를 가장 좋아하고 주로 사냥하는 자칼이 나타났다. 어미는 자칼의 시선을 돌리러 이리저리 뛰었지만 후각이 아주 예민한 자칼이 땅바닥에 웅크리고 있는 가젤 새끼를 발견하고 덮친다. 그런데 이때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 벌어진다. 어미 가젤이 포식자를 덮치는 것이다. 끈질긴 투쟁으로 자칼을 물리친다. 그리고 새끼와 기쁨으로 만난다. 그러나 아직도 이 새끼에게는 위험이 많이 남아있다. 그러나 영리하고 강인한 어미가 있어서 장래가 밝은 편이다.

 

가젤 사냥에 실패했지만 침입한 두 마리의 자칼을 용감히 물리친 어마 자칼 자료출처: https://i.namu.wiki/i/7_mO2GLEg_QjobabX-YSiJZSF3qbB4YkgQJki2uH5FbnClHiCyIGA5KPigR2uEK4jA0ehI-jRxJMkx4oIih1pS5AwgazUDZQeMZM80jcqHozB68Y1IH0dkRf6sPfmJ_wG5Ms-vNGGXvJ9Crmm9KlbQ.webp

  한편 사냥을 하지 못한 자칼 역시 새끼 5마리를 기르는 어미이니 오늘 저녁은 무척 배고프고 우울한 저녁일 것이다. 자칼은 부부가 같이 새끼를 기르는데 이 새끼의 아비는 일주일 전 하이에나에게 물려 죽었다. 어미가 사냥을 나가면 새끼는 무방비 상태에 노출된다. 맹금류나 하이에나가 무서운 적이지만 오늘은 이웃에 사는 자칼 두 마리가 새끼가 있는 곳을 점령하러 와서 새끼 한 마리를 죽였다. 돌아온 어미는 새끼가 죽은 것을 보고 침입자를 돌격하여 내쫓았지만, 그에게는 공허한 승리였다. 위기 상황에 선 어미의 능력은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 어디서 그런 폭발적이고 두려움이 없는 능력이 나오는지 알수 없다.

 

  네 번째 사례는 영국의 야생에서 서식하는 호리병벌(동아시아 지역에서도 서식하는 벌이다.) 어미의 놀라운 헌신(獻身)이다. 호리병벌은 알을 20개쯤 낳는데 알 1개를 집 하나에 낳아서 10개월간 자라게 한다고 한다. 집을 만드는 기술이 대단하다. 점토에 자신의 액을 넣어서 콩알만 한 점토 뭉치를 만들어 이를 날라서 나뭇가지에 집을 짓는데 집 하나를 만드는데 이런 점토 25개가 필요하단다.

 

호리병벌: 생김새가 호리병 같은가? 그가 지은 집이 호리병 같은가? 자료출처: https://search1.kakaocdn.net/argon/656x0_80_wr/EoTbzoQcgZd

  집을 짓고 입구만 남겨둔 상태에서 알() 한 알을 낳고 그다음 다른 곤충의 애벌레를 마취시킴으로 신선하게 유지하여 한 집에 약 40개의 애벌레를 넣어 주고 입구를 봉해 버린다. 알이 부화하면 집안의 애벌레를 먹고 자라게 된다. 이렇게 해서 약 20개의 알을 낳고 20개의 집을 짓는 일을 한다. 그러나 이 알이 자라서 성충이 되는데 약 10개월이 걸리고 봄에 성충이 된 벌이 집을 뚫고 밖으로 나온다고 한다. 이때쯤은 어미 호리병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호리병벌이 지은 알집은 호리병 모양이다. 자료출처: https://search4.kakaocdn.net/argon/656x0_80_wr/HdWp6N0C29I

  야생에서는 어떤 종의 동물이라고 방심할 수 없고, 쉴새 없이 일하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고, 순간에 생()과 사()가 갈릴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끼를 낳고 기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엄마는 항상 강인(强忍)하고, 용감(勇敢)하고, 투지(鬪志)에 불타있다. 엄마를 잘못 만난 새끼는 죽음만이 있을 것이다. 자연에서 자식은 결코 생산재도 소비재도 아니다. 그 길이 자연에 순응하는 길이다. 만일 인간의 개입이 없다면 자연은 스스로 조절해 나갈 것이다.

 

5월의 영산홍은 자연이 낳은 조각품이다.

  인간은 자신의 욕망에 따라서 출산도 조정하고 거부하기도 한다. 인간의 인지 발달과 편안해진 삶의 환경에서 더 편한 쪽을 택한다. 그리고 더 많이 즐기려 한다. 욕망을 충족할 수는 있을지 모르나 그 결과는 무서운 재앙으로 돌아올 것이다. 가정의 달이다. 우리는 건강한 가정을 자연의 섭리를 통해서 다시 생각해 보면 한다.

 

영산홍은 번식하기 위해서 모든 노력을 다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동물은 남의 생명을 먹고 산다. 그것이 식물이든 동물이든 먹이는 모두 생명체이다. 내가 살고 내 자식이 살아가기 위해서 어느 타자의 죽음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생명은 존중되어야 하고 헛되지 않아야 한다. 모든 생명체는 존중되어야 하지만 인간 세상에서는 그렇지가 못하다. 인류는 최소한의 삶을 살아야 하고 자연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더 나아가 자연을 파괴해서도 안 된다. 그리고 자연을 사랑해야 한다.

 

 

202357()

2023 J . K.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