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38. 남천의 어미 잃은 오리병아리
오늘 새벽 남천 둔치를 걸으러 나섰다. 지난 이틀 온 비로 남천의 수위가 많이 올라갔고, 유속(流速)도 무척 빨라졌다. 비가 온 뒤라 공기도 맑고 신선감을 느끼게 하는 새벽이었다. 남천 양안(兩岸) 둔치 사이에 물이 가득 차 흐르고 있었다. 약간의 흙탕물에 물흐름이 빠르니 속도감 같은 것을 느끼게 된다.
세찬 물흐름 사이에 꺼먼 점이 떠오고 있어서 자세히 보니 부화한 지 며칠 되지 않는 오리 병아리 5마리였다. 그 뒤로 성체 오리가 한 마리가 따라와서 어미라고 생각했는데 조금 지나 성체 오리는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큰물이 흐르는 가운데 새끼 오리 병아리 5마리만 우왕좌왕하는 모습만 남았다. 어미가 없으니 안전지대로 인도함을 받지 못했겠지,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그 가운데도 리더가 있는지 멀리 사라지면서 둔치 수초 쪽으로 접근하는 모습이 보여서 안심이 되었지만 그들의 운명을 알 수 없다. 흐르는 물에서 그들은 내시야 밖으로 사라졌다. 병아리들의 안전을 기도할 뿐이다.
오늘 남천에는 물이 많이 흐르고 특히 물길이 세차다. 올해 비가 많아서인지 비가 조금만 와도 강물이 붇는다. 남천의 영대교라고 있다. 대구에서 영남대학교로 이어지는 대로이다. 이 교량을 영대교라고 하며 좀 큰 다리에 속한다. 이를 중심으로 물이 많이 흐르고 있다. 물흐름을 같이 보아 주기 바란다.
더 상류로 올라가면 공원교가 있는데 이 교량에서 남천의 폭은 좀 좁아진다. 그 아래 징검다리가 있었는데 올해 수리하여 징검다리 위에 상판을 놓아서 잠수교를 만들었는고, 이번 비로 잠수교가 넘치고 있다.
돌아오는 길에 어미가 있는 10마리 병아리 가족과 4마리 병아리 가족을 만났다. 어미는 새끼를 안전한 곳으로 인도하고 먹이가 풍성한 곳으로 안내한다. 조금 전 세찬 물길에 표류하는 병아리도 어미가 있었으면 이런 수난을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집에 와서 좀 의문이 생기는 것은 표류하는 병아리를 따라오던 성체 오리가 왜 병아리를 따라왔는지, 왜 따라오다가 날아갔는지 궁금하다.
오면서 만난 4마리 병아리 가족의 어미는 징검다리로 생긴 급류를 피해서 둔치 쪽으로 새끼를 인도하여 안전하게 급류를 지나가는 모습이다. 새끼에게 어미의 중요성을 말로 다 하기는 어렵다.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오리 병아리는 먹이가 수초여서 그나마 생존율이 높은 편이다.
오늘 새벽은 어미 잃은 오리 병아리로 마음이 좀 어수선했다. 흘러가는 물은 무슨 힘으로 오고 가는지, 이런 순환이 없으면 인생을 포함하는 모든 생명체는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지, 그 많은 양의 물을 무슨 힘으로 이동하게 하는지, 자연의 위대함이여, 창조주의 전능하심을 다시 찬양한다.
2025년 6월 22일(일)
ⓒ 2025 J. K.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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