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14. 투과성 가족

profkim 2020. 3. 9. 14:15



투과성 가족

 


 

 

  

가족의 개념이 변하고 있다. 인류사회는 오랜 세월 혈연을 중심한 공체를 유지해 왔었다. 그래서 대가족 제도를 유지하면서 유목이나 농경사회를 형성하였다. 다시 말하면 유목사회나 농경사회의 가족제도는 대가족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산업사회로의 이동은 가족제도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게 하였다. 공장이 있는 도시 변두리로 사람이 몰리고 사람들은 그 부모를 떠나 도시로 진출하였다. 여기서 소위 핵가족 개념이 형성되고 대가족 개념이 붕괴된다. 그래서 부부와 그의 자녀로 구성된 단출한 가족을 형성하고 추석이 되면 고향을 찾는 진풍경을 이루게 된 것이다.


탈현대는 공장이 중심 되는 경제체제가 아니고 인간이 중심이 되는 경제체제이기 때문에 가족제도는 투과성 가족(permeable family)으로 변형이 된다. 21세기의 가족제도는 산업사회 가족제도인 핵가족 (nuclear family)과는 아주 다른 모습이 된 것이다. 이런 가족제도는 교육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쳐서 투과성 교육(permeable education)으로 전환하게 하였다.


투과성 가족제도는 몇 가지 특성이 있다. 첫째, 성의 차이가 없어진 것이다. 부부의 역할이 공유되며 전통적으로 남자가 할 일이라고 여겨지던 경제적 부양을 여자도 하고, 가정관리 등 여자가 하던 일을 남자도 하는 시대가 되었다. 우리사회는 날이 갈수록 남녀의 성차가 줄어들 것이고 가족의 역할 분담은 성적인 차이에서가 아닌 기능적 차이에서 생기게 될 것이다. 전업주부란 꼭 여자만이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둘째, 투과성 가족제도에서는 연령의 차이 개념이 불식된다. 대가족 제도에서 연령은 권위의 상징이요 연장자에 대한 순종은 미덕이었다.

산업사회에서는 경력이 권위의 상징이었다. 그래서 직장선배가 존중되고 10년 기능공으로 일한 사람은 20년 기능공으로 일한 사람을 통해서 배우고 그의 권위에 순종하여야 하였다. 경력 또한 어느 정도 연령과 관계가 있다는 점에서 산업사회는 연령이 고려되는 사회였다.

그러나 정보사회에서 연령이란 그리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산업사회가 기술자 기능공을 양성하는 데 비해 정보사회는 길러야 할 인간상이 창의성, 협동심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생각하는 능력, 즉 생각이 그 머리 속에서 뭉게구름처럼 떠오르는 사람이다. 생각이 뭉게구름처럼 떠오르는 일은 젊은이에게 더 많을 것이다. 앞으로의 사회는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의 세상이라고 보아야 한다.


셋째, 가정과 직장 또 공()과 사()의 구별이 없어진다. 가정에서 직장의 일을 수행할 수 있고 직장에서 가정의 일을 할 수도 있고 출퇴근 시간이 일정해야 될 이유도 없어지는 경향이다.

생산라인에서 수 백, 수 천명이 일정하게 앉아 같은 제품을 일제히 만드는 시대에는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고 가정과 직장은 확실히 구분되어 있었지만 앞으로는 모든 공산품이 작품으로 만들어진다고 보면 생산팀은 소수인원으로 구성되고 협동체제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넷째, 이혼, 재혼, 양자가 성행하게 될 것이다. 우리 나라의 이혼율은 우려할 정도이다. 3쌍 중 1쌍이 이혼을 한다면 벌써 초 정보사회의 가족 형태가 된 것 같이 느껴진다. 따라서 재혼도 많아지리라 생각된다.


가족의 건강이나 사회의 정신적 기반이 가정에 있다고 본다면 매우 우려할 일이다. 우리는 사회의 구성단위로서의 가족이 어떻게 건전한 가족관계를 유지하면서 건강하고 능력있게 사회로 나아갈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정보사회의 가족제도는 과거 어느 때와도 같지 아니하며 열린 가족제도에서 교실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므로 학교는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열린 가족제도를 건전하게 이끌어 갈 수 있는 힘을 갖도록 다양한 삶의 모델을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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