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권의 시

32. 이팝나무 꽃

profkim 2020. 3. 18. 14:08



                            이팝나무 꽃

 

 

 


가난을 딛고서서

하얀 쌀밥을 먹기를

고깃국을 먹기를

간절히 원했다.

꿈이었다.

 

잡곡 혼식은 가난을 이기려하는 국민의 생활

분식은 싸구려 먹 거리

고구마, 감자는 값싼 간식거리

자연산 건강식을 먹고산 우리들

하얀 쌀밥은 우리의 바램이었다.

당뇨는 걱정하지 않았다.

 

이팝나무 거리를 걷는다.

꽃이 하얀 이밥처럼 생겨

이팝나무

흐드러지게 핀 꽃은

고봉으로 담은 흰쌀 밥그릇

풍요의 상징

넉넉함

 

거리는 밥상

흰색으로 채색되었다

흐드러지게 피어오른 이팝나무 꽃

이 땅에 이루어진 오늘의 풍요를 보는 것 같다.

 

오래전 우리의 가난한 삶이

허리끈 질끈 매고 애쓰던 아낙 내들의 모습

12시간 노동을 하던 근로자들

코 흘리게 아이들

주마등처럼 흘러가는 환상(幻想)

  

이팝나무 길

오늘의 풍요보다

가난했던 시절을 회상하게 한다.

 


  

작시(作詩) 노트:  대구광역시의 시화가 이팝나무란다.

그래서인지 가로수로 이팝나무가 많다. 5월이 되면 거리는 온통 이팝나무 꽃으로 장식된다.

가난한 시절의 고봉으로 담은 흰쌀 밥그릇을 연상한다.

광복과 한국전쟁을 경험한 우리에게 연민의 정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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