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여행 스케치
이른 새벽
Sea-Tac 공항
넘쳐나는 군중들
안전검사 행렬이 길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말없는 군중들
TSA 요원의 철저한 검사
그러나 왜?
이래야 할까?
인간 욕심의 소산,
분노, 갈등, 좌절 그런 것이 한 덩어리가 되어
활화산처럼 끓어올라
모든 것을 녹여 버릴
그것을 어떻게 막겠는가?
잠시 뒤 호흡이 끝날 때
모든 것을 두고 갈 인생
넉넉히 살아도 짧은 인생
사랑하며 살아도 부족한 인생
나누며 살아도 풍요로운 인생인데
길을 떠나는 로비의 나그네들
무슨 사연을 지녔을까?
삼삼오오 짝을 지어 먹고 마시고
화기애애(和氣靄靄)한 대화
심각한 대화
사랑 이야기
사업 이야기
흐뭇한 이야기
삶의 이야기가 오간다.
좁은 비행기 좌석
밀착된 이웃의 단절된 공간
그저 이동이 목적인 단절의 공간
10km 상공을 시속 900km로 달리는 단절의 공간에서
인간은 문명의 이기를 이용한다.
창밖은 영하 50도 섭씨
삶과 죽음은 창 하나의 사이에서 나뉜다.
그래도 이웃을 느낄 수 없는 단절의 공간
그곳에는 빠른 이동만이 목적이다.
도착지 풍경은 더 우습다.
앉았던 좌석에서
빨리 떠나려는 승객들
1등 석, 2등 석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詩作 노트: 미국 시애틀 Sea-Tac 공항에서 New York JFK Airport로
떠나는 새벽 비행기를 탑승하면서 스케치한 시이다.
공항라운지에서 일어난 일들이, 그리고 비행기 안에서
인생 삶의 형상을 노래했다. 2011년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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