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상(斷 想) 123

[단상(斷想)] 93. 배신(背信)

93. 배신(背信) 내가 20대 초반이었을 때 일선 최전방의 OP에서 근무하면서 단편소설 “벽(壁, le Mur)”을 읽은 일이 있다. 이 소설은 무신론적 실존주의 철학자 쟝 폴 사르트르(Jean Paul Sartre, 1905~1980)의 1937년 작품이다.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추운 겨울밤 눈이 많이 내려서 사위가 백색의 향연을 벌일 때 젊은 청년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작품이다. 이 소설은 스페인(Spain) 내전(內戰)을 배경으로 한 것이다. 20세기 세계 제2차대전 중의 파시즘과 그 광기(狂氣)가 스페인을 뒤 덮었을 때의 풍경이다. 스페인 내전의 반역죄로 잡혀 온 톰, 후앙, 그리고 파블로는 즉결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는다. 재판 결과를 군인 장교가 전달한다. 내일이면 사형이 집행된다. 총살..

단 상(斷 想) 2023.09.25

[단상(斷想)] 92. 우리도 잘살아보세

92. 우리도 잘살아보세 내가 사는 곳에서 30여 분 드라이브하면 청도군 신도리에 있는 새마을 운동 발상지 기념공원에 다다른다. 쉬고 싶은 생각이 들 때 더러 내가 찾는 곳이다. 대체로 한산하고 철 따라 꽃도 피고 산세도 아름다워 한번 들렀다 오면 심신의 쉼을 얻는 곳이다. 이곳 주민은 오래전부터 자조(自助) 정신이 강했던 모양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1969년 8월 3일 경남 수해 지역 시찰을 위해 전용 열차로 부산 방면으로 가던 중 신도마을의 주민들이 마을 안길과 제방을 복구하는 모습을 보고 열차에서 내려 이 마을을 둘러보고 마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협동하여 공사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크게 감동하였다. 대통령이 다음 해인 1970년 4월 22일 전국 지방 장관 회의 때 전국 마을이 "청도 신도마을"..

단 상(斷 想) 2023.08.31

[단상(斷想)] 91. 배려(配慮)

91. 배 려(配 慮) 배려(配慮 concern, consideration)는 한문(漢文) 글자를 보면 상대방을 짝처럼 생각한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니 배려란 내가 타인에게 갖는 자세라 할 수 있다. 성경에서 말하는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할 것이다. 상대방의 입장이나 문제를 내 문제처럼 생각하라는 뜻으로 보면 어떨까? 우리 사회생활에서 배려가 일상화된다면 선진사회가 될 것이다. 나라는 선진국이라고 하는데 시민 생활이 그렇지 못하면 아직 선진국은 아닐 것이다. 특히 오늘 우리나라의 지도층의 삶은 전연 그렇지가 못한 것 같다. 오래전 날짜는 기억나지 않지만, 일본의 오토타케 히로타다라는 청년을 우리나라 KBS의 일요스페셜에서 소개한 일이 있었다. 그가 일본의 TBS 방송 등 방..

단 상(斷 想) 2023.08.22

[단상(斷想)] 90. 여백(餘白)

90. 여백(餘白) 여백(餘白 white space)은 종이 전체에서 그림이나 글씨 따위의 내용이 없이 비어있는 부분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인쇄물은 글이나 그림으로 채워진 부분과 비어있는 부분으로 구성된다. 글이나 그림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다. 비어있는 부분도 많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나는 60년대 활판(活版)인쇄로 책도 만들고 자료 제작도 했었다. 당시 물가와 비교하면 출판비가 엄청났다. 가난한 시절에 책 한 권이라도 출간하려 하면 원고작성부터 출판에 이르기까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요사이 저자가 워드를 하고 편집하여 출판사에 넘기면 출판사에서는 여러 가지 기술적 가공을 하여 쉽게 출판을 한다. 격세지감이 있다. 활판인쇄란 활자를 집자(集字)하여 조판(組版)하고 지형..

단 상(斷 想) 2023.08.15

[단상(斷想)] 89. 자족(自足)

89. 자족(自足) 자족(自足)은 “스스로 만족함”이라고 사전에서 설명한다. 자신의 삶에 대해 스스로 만족하며 사는 삶이라 해야겠다.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만족하게 여기는가? 어떤 사람이 자신의 삶을 만족하다고 생각할까? 어떤 의미에서는 만족하지 않기 때문에 도전하지 않을까? 욕구가 충족되지 않아서 사람은 행동하게 되기 때문이다. 자연에서 야생동물은 대부분 시간을 먹이활동에 보낸다. 이유는 항상 허기져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행동 동인(動因) 가운데 배고픔은 강력하다. 스티브 잡스도 청년들에게 헝그리 정신(stay hungry)을 가지라고 권고했다. 왜 그러냐 하면 배고픔은 강렬한 행동의 동기를 갖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은 신체 내부에 어떤 행동을 할 수 있게 하는 욕구(need) 즉 동인(motive, ..

단 상(斷 想) 2023.08.03

[단상(斷想)] 88. 징검다리

88. 징검다리 어렸을 때 개울을 건너려면 더러 징검다리를 건넌 일이 있다. 그 시절 징검다리는 간격이 넓어서 어린이에게는 건너가기가 힘들었다. 그것도 돌을 잘 다듬은 것이 아니고 자연석을 적당히 놓은 것이어서 조심해서 건너야 했다. 흐르는 물이 많을 때면 두려움이었다. 내가 사는 경산 남천에는 징검다리가 많이 놓여있다. 징검다리는 어릴 적 추억이 깃들어있어서 정겹게 느껴진다. 남천의 어떤 징검다리는 아예 그 위를 다 돌로 덮어서 폭이 좁고 높이가 낮은 것뿐이지 일반 교량과 같다. 그렇게 하지 않은 징검다리라도 돌을 촘촘히 놓아서 건너다니는 데 불편함이 전연 없다. 어린이들도 건널 수 있고 애완견도 건너다닌다. 남천의 징검다리는 자연석으로 놓은 것과 다듬은 돌을 촘촘히 놓은 것이 있다. 자연석 징검다리는..

단 상(斷 想) 2023.07.21

[단상(斷想)] 87. 노인이 사람으로 대우받는 사회

87. 노인이 사람으로 대우받는 사회 나는 이글의 제목을 “노인을 사람답게 대우하는 사회”로 하려 생각했었다. 그러나 접었다. 이유는 노인이 주체가 아니고 수동이 되기 때문이다. 근래에 카카오 톡과 메일을 통해서 하루에도 수십 통의 글을 받고 있다. 나에게 보내는 사람 중에는 나이 든 사람이 많아서인지 노인 문제에 관한 글이 많다. 그 가운데에는 “요양병원” 이나 “요양원”에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글이 많이 있었다. 요양원은 죽으러 가는 곳이나, 고려장의 의미가 담겨있었다. 또 자식들의 부모에 대한 무책임한 자세에 대해서도 언급되어있는 것이 많다. 요양원에 부모를 보내는 자식들은 불효자로 치부하고, 자식들이 부모를 고려장(高麗葬)을 하는 것으로 묘사된 예도 있다. 무척 마음 아픈 일이었다. 만일 요양..

단 상(斷 想) 2023.07.15

[단상(斷想)] 86. 둥지

86. 둥 지 둥지는 동물이 자신이 살아갈 안식처, 적을 방어하고 새끼를 기르기 위해 만든 보급자리 라고 사전에서 설명한다. 자연의 동물은 대체로 스스로 집을 짓고 살아가며 새끼를 기르고 자신의 안전한 생활을 위해서 둥지를 만들고 산다. 이 둥지가 그들의 안식처이고 보금자리인 것이다. 사람에게도 안식처가 필요하고 보금자리가 필요하다. 분업 사회에서 사람이 스스로 집을 짓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부분 전문 건축회사에서 만든 집을 구매해서 살게 된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의식주(衣食住)라 한다. 그 가운데서도 주거(住居) 환경(環境)은 아주 중요하다.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교육문제가 있고 직장과 깊은 관계가 있어서 우리 삶에서 가장 많이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다. 결혼을 앞둔 젊은 ..

단 상(斷 想) 2023.06.30

[단상(斷想)] 85. 6월이 오면 생각나는 일

85. 6월이 오면 생각나는 일 아련히 들려오는 포성(砲聲) 그리고 길거리에는 메가폰을 잡은 군인들이 “군인들은 즉시 귀대(歸隊)하라.”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화창한 날씨의 일요일이었다. 우리나라에 비극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내가 중학교에 입학한 해였다. 이때 국방군은 일요일엔 외박하던 때이다. 그러니 군인들이 영내(營內)에 없었고, 메가폰을 잡은 군인들이 외박한 군인들의 귀대를 독려하는 모습이었다. 우리나라는 세계 2차대전을 치르기는 했어도 직접 포화 속에 싸이지는 않았다. 일본 본토에는 비행기 폭격(爆擊)이 극렬했지만, 한반도에는 그런 폭격은 없었다. 하루이틀사이에 포성(砲聲)은 더 가까워지고 커졌다. 육지에서 들리는 포성을 듣는 일은 처음이었다. 포성이 커질수록 공포에 쌓이게 되었다. 북쪽 하늘..

단 상(斷 想) 2023.06.25

[단상(斷想)] 84. “엄마”라는 이름

84. “엄마”라는 이름 얼마전 텔레비전 담론에서 우리나라 출산율의 심각성을 논하는 프로그램을 본 일이 있다. 이들의 대화 중에 출산에 관한 생각의 변화를 언급하면서 과거에는 자녀의 출산을 생산재(生産財)라고 보았는데, 지금은 소비재(消費財)라고 본다는 것이다. 놀라운 표현이다. 말하자면 옛날에는 자녀의 생산을 노후의 생계보장으로 보았는데, 요즘은 돈을 써 가면서 기르는 것으로 끝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우리나라 출산율이 줄어들어서 2022년에 합계출산율이 0.78이라니 머지않아서 인구 소멸 현상이 나타날 것이고 그 추이가 급속할 것 같다. 자연에서는 인간의 개입으로 멸종되는 동식물이 있는가 하면 인간사회는 자신들의 향락이나 편의를 위해서 출산을 거부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KB..

단 상(斷 想) 2023.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