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상(斷 想) 140

[단상(斷想)] 140. 탈패러다임 시대

[단상(斷想)] 140. 탈패러다임 시대 오늘날 우리는 탈현대(post modern) 또는 탈산업화 시대(Post-industrial age)를 살고 있으며, 이 시대의 주요 특징은 정보사회(information society)라는 점이다. 불과 50년 전과는 확연히 다른 사회이다. 산업사회로 특징지어지는 근대 사회에서는 보편적인 기본 원칙, 즉 지배적인 패러다임이 존재했고, 사람들은 그 틀 안에서 사고하고 행동해왔다. 사회의 모든 영역, 즉 정치, 문화, 경제, 사회, 교육, 산업 등이 이 지배적인 패러다임에 따라 운영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사는 사회는 하나의 패러다임(paradigm)이 지배하는 사회가 아니다. 이러한 이유로 탈현대의 속성을 논할 때 '탈패러다임(post-paradi..

단 상(斷 想) 2025.05.26

[단상(斷想)] 139. 순 종(順 從)

139. 순 종 (順 從) 순종이란 용어는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단어이다. 특히 성경에서는 순종이란 단어가 많이 언급된다. 우선 느낄 때 순종이란 힘들고, 고통스럽고, 부자연스러운 어떤 행위라고 생각된다. 사무엘은 사울 왕에게 순종이 제사보다 낫다고 하였다. 제사는 하나님께 올려드리는 가장 아름다운 행위인데 그보다는 순종이 훨씬 좋다는 뜻이겠지, 그렇다면 힘들어도 순종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우리가 순종해야 하는 대상은 하나님, 부모, 선생, 권위자 등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순종하는 행위가 쉽지 않다고 생각된다. 대부분 순종에는 힘든 경우가 많아서 일 것이다. 또 하라는 지시가 부당한 예도 있겠고, 도무지 나와는 관계가 없고, 지시자를 위해서 어떤 행위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서 일 것이다...

단 상(斷 想) 2025.05.09

[단상(斷想)] 138. 천국(天國)의 권태(倦怠)

[단상(斷想)] 138. 천국(天國)의 권태(倦怠) 한국전쟁이 한참이던 1950년대 초 우리나라의 대중잡지로 희망(希望), 아리랑, 신태양, 사상계(思想界), 실화(實話), 여원(女苑) 등과 같은 잡지가 있어서 대중의 읽을 거리를 제공하였다. 전쟁으로 삭막한 사회환경에 비타민과 같았다 하면 될는지, 이때 어떤 잡지에서 읽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천국의 권태”라는 글을 읽었다. 실화라고 소개했지만, 작가의 픽션이겠지, 그러나 가난과 전쟁의 고통에서 모두 힘들어하던 시절에 서민들에게 하룻저녁 읽을거리로서는 의미가 있었다. 한 남자가 천국에 갔던 모양이다. 물론 세상을 하직하고 갔겠지, 이 사람이 천국에서 처음 만난 곳은 산천도 아름답고 집도 멋있는 곳이었는데 사는 사람이 없어서 적막했다. 더욱 ..

단 상(斷 想) 2025.04.23

[단상(斷想)] 137. 사랑의 DNA

[단상(斷想)] 137. 사랑의 DNA 사랑이나 믿음이란 용어는 추상명사(抽象名詞)이어서 사람마다 그 이미지가 다를 것이다. 우리가 모두 공통으로 이해(理解)할 수 있는 개념을 정립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말하는 사람의 생각과 말을 듣는 사람의 생각이 다르고, 백 사람이 같은 말을 들었어도 백 사람 모두 다른 개념으로 화자(話者)의 말을 받아들일 것이다. 그리스어는 한글보다 명사가 많이 발달했다. 그래서 사랑이란 용어를 몇 가지 다른 용어로 쓰고 있다. 고대 그리스어에서 사랑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네 가지 단어는 필리아(φιλία, philia), 스토르게(στοργή, storge), 에로스(ἔρως, eros), 아가페(ἀγάπη, agape) 등으로 나누어 쓴다. 필리아(φιλία, p..

단 상(斷 想) 2025.04.15

[단상(斷想)] 136. 징비록(懲毖錄)

[단상(斷想)] 136. 징비록(懲毖錄) 서애(西厓) 류성룡(柳成龍, 1542년~1607년) 선생은 조선조의 명재상(名宰相) 중 한 분이다. 그는 임진왜란(壬辰倭亂 1592년~1598년)을 겪으면서 진정으로 나라를 사랑하고 백성을 아꼈던 분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나라가 당하는 수모와 백성의 고난을 마음 아파했던 분이다. 난감(難堪)하고 비참(悲慘)한 현실을 바라보는 심정은 어떠했을까? 임금으로부터 백성들이 당하는 고초(苦楚)는 어떠했겠는가! 서애 선생은 이 전쟁기록을 징비록(懲毖錄)으로 남겼다. 스스로 잘못을 깨닫고 삼가서 앞으로의 역사를 바로 세우자는 경계의 글이다. 참으로 금석(金石) 같은 글이다. 나는 이 책을 여러 번 읽었다. 요즘 나라가 어지럽고 앞에선 사람들이 철없는 짓을 하여 나..

단 상(斷 想) 2025.03.21

[단상(斷想)] 135. 아미시 사람들

135. 아미시 사람들   십여 년 전에 미국 펜실베이니아주(Pennsylvania) 더치 카운티(Dutch Country)의 랭커스터(Lancaster)에 사는 재침례파(再浸禮派) 사람들을 방문한 일이 있었다. 이들을 아미시(Amish)라 부르고 대부분 문명을 거부하고 전통적 농촌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은 1693년 스위스(Swiss)와 알자스(프 Alsace, 프랑스 북동부 지역) 출신으로 야코프 아만(Jakob Ammann)이 전근대 유럽의 종교 박해를 피해 신세계로 이끌고 온 재침례파 계열 신도들의 후손들이다. 창시자의 이름을 따서 '아만파(派)'라고 부르기도 한다. 랭커스터의 아미시는 약 3만 명이 거주하는 큰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재침례파(재세례파)는 대체로 초대 교회의 이상..

단 상(斷 想) 2025.03.03

[단상(斷想)] 134. 활(弓)의 노래

134. 활(弓)의 노래    우정(友情)을 사전적 의미로 보면 친구 사이에 나누는 정신적 유대감을 말할 때 쓰인다. '동맹'보다 더 강한 형태의 대인관계이다. 우정의 개념이 소수와의 매우 깊은 관계로 본다. 가장 친한 친구 한두 사람과 더 강렬한 관계를 갖는 경우라 하면 어떨까! 우정은 말 자체가 아름답다. 우리 삶에서 우정을 나누며 지내는 벗이 진정 몇 명이나 될까? 아리송하다.   지금으로부터 3천여 년 전에 아름다운 우정을 나누며 지낸 두 청년이 있었다. 이들의 우정은 지금도 많이 회자(膾炙)되고 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다윗(David) 왕과 다윗을 죽이려고 10여 년을 추적한 사울(Saul) 왕의 아들인 요나단(Jonathan)의 우정이다. 이 둘의 관계는 아이러니하다.  다윗은 적국(敵國)..

단 상(斷 想) 2025.02.17

[단상(斷想)] 133. 한(恨)의 역사

133. 한(恨)의 역사    우리나라는 단군 이래 가난과 억압 속에서 살아온 것 같다. 오늘처럼 자유롭고 부를 구가(謳歌)하며 산 역사가 없었다. 왕(王)이 있고, 양반(兩班), 상민(常民), 천민(賤民)이 있었다. 말하자면 계급사회였다. 이유도 없이 상민이나 천민은 양반의 무례한 행동을 수용해야 했다. 그리고 복종해야 했다. 오늘처럼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는 우리나라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한(恨)은 모두 가난에서 온 것이지만 계급사회에서 온 것도 많다고 보인다. 항상 서민의 삶은 고단하고 가난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고난의 삶이었지, 오늘 젊은 세대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서민의 생활에는 항상 한이 맺혀있었다.  첫째, 약 한 첩 써보지 못하고 부모님 돌아가시게 ..

단 상(斷 想) 2025.02.09

[단상(斷想)] 132. 가장 중요한 것

132. 가장 중요한 것     내가 중학생이었을 때 한국전쟁이 있었다. 나도 피란민 생활을 했다. 1950년대 초 우리 사회는 무척 혼란스럽고 가난했다. 사는 것이 전투 같았다면 이해가 될까? 이런 어려웠던 시절에 읽었던 책이 많았다면 아이러니하다 해야겠지, 책 살 돈이 없어서 대여해서 읽은 책들이다.   아주 재미있게 읽은 책 중의 하나는 프랑스 과학소설 작가인 쥘 베른(Jules Gabriel Verne, 1828~1905)의 1870년 작품인 해저 2 만 리 (Vingt mille lieues sous les mers)였다. 당시 베른의 작품은 학생들에게는 무척 흥미진진한 소설이었고 인기가 높았다.   우리나라에서도 널리 알려진 쥘 베른의 작품은 ⁕ 지구 속 여행 (Voyage au centre ..

단 상(斷 想) 2025.02.01

[단상(斷想)] 131. 남천의 백로(白鷺)

131. 남천의 백로(白鷺)     새해 들어서 벌써 1월도 하순으로 접어든다. 경산 남천에는 겨울 철새로 붐비고 있다. 올겨울에는 백로가 많이 찾아와 주어서 참 기쁘다. 대백로의 무리가 예년보다 개체 수가 많이 늘었고 소백로 무리도 작년 12월 중순을 넘기며 떠났는 데 비해 올해는 많이 남아있는 모습이다.   백로 외에도 오리의 종도 다양해졌고 개체 수가 많이 늘어서 활력이 넘친다. 민물가마우지도 겨울 철새로 많이 찾아와서 겨울을 나고 있다. 민물가마우지는 민첩하고 잠수 능력이 뛰어나서 겨울을 지내기가 편안할 것 같다. 그러나 자연은 녹녹한 것이 없어 보인다. 모두 힘든 겨울을 보내고 있다.  나는 남천에서 백로를 보면 왠지 마음이 맑아지는 기운을 느낀다. 대부분 오리가 보호색을 띠어서 강바닥과 유사하..

단 상(斷 想) 2025.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