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상(斷 想) 126

[단상(斷想)] 57. 오 늘(today)

[단상(斷想)] 57. 오 늘(today) 삶의 여정(旅程)에서 오늘을 수없이 만나고 오늘의 연속으로 살아간다. 이 단상을 쓰면서 제목을 종말(終末)이라 하려 했다. 제목이 너무 거창한 것 같아서 접었다. 그리고 오늘(today)이라는 제목으로 고쳐 쓰기로 했다. 나에게 오늘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오늘이 모여서 일주일이 되고, 일 년이 되고, 한평생이 된다. 그 오늘은 나의 한평생에서 어떤 가치를 지닐까? 어저께, 오늘과 내일은 과거, 현재와 미래이다. 어저께는 지나갔으니 내 날이 아니다. 내일은 오지 않았으니 역시 내 날이 아니다. 현재, 오늘만이 내 날이고 실존적 자기를 실현하는 날이다. 내가 사는 것은 바로 오늘이고 오늘이 지나가면 내 전체 삶 가운데 하루, 오늘은 영원히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단 상(斷 想) 2022.07.16

[단상(斷想)] 56. 선농단(先農壇) 방문기

56. 선농단(先農壇) 방문기 장맛비가 며칠 계속되었다. 궂은 날씨에 일정을 변경할 수 없어서 서울 제기동(祭基洞) 선농단(先農壇)을 우중(雨中)에 찾았다. 서울 지하철 1호선 제기동역 1번 출구로 나가서 갈비탕집에서 점심을 들고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서울 선농단에 도착했다. 이곳은 너무 많이 변해서 옛 이미지를 가진 나에게 이방(異邦)에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선농단 옛터의 북쪽 끝에 선농단 역사문화관 건물이 있어서 조그만 영역을 차지하고 있고 선농단이 조성되어있으나 대부분 지역은 주택가로 변해있었다. 1940년대 후반에는 이 자리에 일제(日帝)에 의해 세워진 경성여자사범학교가 있다가 그 후에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오늘은 그런 흔적은 찾을 수 없고 거의 고급주택가로 변해있었다. ..

단 상(斷 想) 2022.07.03

[단상(斷想)] 55. 길 (道)

[단상(斷想)] 55. 길 (道) 초원(草原)에 길(道 the way)이 있다. 이 길은 동물들이 다녀서 만들어진 길이다. 무리 지어 반복적으로 다니면 길이 난다. 길을 아는 동물은 무리의 대장이 된다. 나이가 들어가며 경륜이 싸여야 길을 알게 되고 무리를 이끌게 된다. 그래서 이 지도자는 무리의 생명을 책임지게 된다. 동물에게 길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동물이 이동하는 중요한 이유는 먹이와 물이다. 그러니 이 길은 생명선과 같다. 잘못 길을 인도하면 무리 전체가 죽음을 맡게도 될 것이다. 길은 동물에게 생명과 직결된 것이다. 누우 수십만 마리를 이끄는 대장은 그 책임이 막중할 것이다. 그들은 강(江)도 건너야 한다. 누우 대장은 건너기 가장 쉬운 곳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포식자들도 그곳을 알고 ..

단 상(斷 想) 2022.06.18

[단상(斷想)] 54. 운현궁(雲峴宮) 소회(所懷)

54. 운현궁(雲峴宮) 소회(所懷) 서울에서 3시간여의 시간을 낼 수 있었다. 자연스레 운현궁으로 가게 되었다. 수차례 방문한 일이 있었으나 이번 방문은 꽤 오래간만이다. 길이 변하기도 했으나 자주 다니지 않아서인지, 안내를 잘못 보았는지 모르나 좀 헤맸다.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4번 출구로 나가면 바로 그 앞에 운현궁이 있다. 모르면 힘이 든다. 계단을 올라서 지상으로 나오니 운현궁의 담장이 보였다. 참 오래간만이다. 보기: ① 수직사 ② 노안당 서행각 ③ 노안당 ④ 노락당 남행각 ⑤ 노락당 ⑥ 노락당 북행각 ⑦ 이로당 동행각 ⑧ 이로당 ⑨ 유물전시관 ⑩ 기획전시실 한때 조선을 호령하던 흥선(興宣) 대원군(大院君) 이하응(李昰應, 1820~1898)의 집이고 대한제국의 고종 황제(1863.12~1..

단 상(斷 想) 2022.05.31

[단상(斷想)] 53. 창녕에 다녀와서

53. 창녕에 다녀와서 훌쩍 한 해가 가고 새봄이 왔다. 3월이면 언제나 설레는 마음이다. 봄꽃이 나를 반기니 어찌 아니 기다리겠는가! 매화와 목련이 피고 나면 산야에 흐드러지게 피는 벚꽃, 진달래, 개나리꽃은 마음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며칠 전 창녕에 다녀올 일이 생겼다. 예전에는 창녕은 그냥 스쳐 지나는 곳이었는데, 6년을 그곳에서 살고 난 지금 창녕은 아련한 추억의 고장이 되었다. 정붙이고 살던 더케이서드에이지의 모습은 어떨까? 화왕산은 어떻게 변했을까? 집사람이 그렇게 정성스레 가꾸던 텃밭은 어찌 되었는지? 많은 생각을 하며 갔다. 올해 봄 날씨는 가물었고 구름이 많았다. 며칠 전 비가 내리고 대지가 촉촉해졌다. 오늘은 오랜만에 보는 쾌청한 날씨이다. 운전하는데도 아무 지장이 없었다. 청도를 ..

단 상(斷 想) 2022.05.08

[단상(斷想)] 52. 동물학교

52. 동물학교 동물학교(Animal School)는 동물들이 미래사회에 대처하기 위해서 학교를 만들었다는 우화이다. 육십여년전 3차 산업사회가 열리려는 즈음에 미국 신시내티교육청 부청장이었던 조지 리어비스(George H. Reavis)가 교육청 회보에 실린 그림이 곁들인 우화이다. 이는 산업사회의 교육이 지닌 문제를 신랄하게 지적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세계 각국은 교육개혁을 서둘러서 정보사회 학교 체제로 개혁하려 하고 있으나 그 성과는 아직 기대한 만큼은 아니다. 동물학교를 매체로 해서 우리 학교 교육의 현실의 문제를 살펴보면 좋겠다. 우리 사회는 농업사회와 산업사회를 거쳐 근래에는 정보 사화라고 한다. 어찌 보면 대한민국에서 살아온 나는 이 삼 세대를 모두 살아온 것 같다. 오늘 젊은 층은 농업사..

단 상(斷 想) 2022.05.02

[단상(斷想)] 51. 나의 신조(信條)

51. 나의 신조(信條) 나의 신조(信條)라 하니 대단하게 생각이 되어서 다른 용어를 찾아보았다. 적절한 용어를 찾을 수 없어서 그냥 신조라는 용어를 쓰기로 했다. 오래전 젊은이들에게 지식을 주는 것에 앞서서 그들의 인생의 문제를 같이 고민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존재해야 하는가?” 등 자기 정체성 확립을 위해 자신의 존재의미, 자신의 존엄성, 인류사회에 대한 자신의 역할 인식을 확인하도록 “나의 신조”라는 것을 만들어서 나누었다. 오래전의 이야기인데 수십 년이 지난 오늘 이를 다시 조명해 보고자 하는 것은 지식사회에서 나에 대한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자기 정체성 확립이 없으면 새로운 세계를 열어갈 수가 없다고 생각이 들어서였다. 농업사회에서 재화(財貨)는 농토에서 나..

단 상(斷 想) 2022.04.27

[단상(斷想)] 50. 낡은 사진첩 뒷이야기

50. 낡은 사진첩 뒷이야기 이월 어느 날 전화 한 통이 있었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초등학교 후배라 화였다. 내가 2년 전 모교에 보내준 졸업앨범을 통해서 나를 알게 되었고 자기는 서울 종암초등학교 개교 100년을 맞아서 학교 백년사를 만드는 중이라 하여서 놀랐다. 2년 전 서울 종암초등학교 제23회 졸업앨범(1950년)을 모교에 보내(단상 18. 낡은 사진첩 2020. 5. 12)고 학교장으로부터 전화가 있어서 통화한 일이 있다. 그때 100주년 행사에 참석해 줄 수 있느냐? 에 대해 그때 가서 보자고 답한 일이 있었다. 2년이란 세월이 지나서 모교가 올해 100주년이라니 반갑기도 하고 세월이 빠름을 느끼게도 한다. 내게 전화 한 최 선생은 나보다 29년 후배라고 하였다. 그러니 아직 50대일 것이..

단 상(斷 想) 2022.03.09

[단상(斷想)] 49. 슈퍼 에이지이드

슈퍼 에이지이드 며칠 전 지인(知人)으로부터 늙어가면서도 뇌를 활성화하는 방법으로 잔디엘 라홀(Jandial Rahul) 교수의 저서 Neurofitness(Jandial Rahul(2019). Neurofitness. Mariner Books)의 내용을 요점 화한 자료를 받아서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은 한국어로도 번역이 되어 나왔다고 한다. 그림이 곁들인 간단한 설명은 쉽게 그 내용에 접근하게 하였다. 늙어가면서 신체의 노쇠는 자연스럽지만, 사람의 노력에 따라서 노화를 더디게 하고 팔십대에도 정신 활동을 활발하게 할 수 있다고 한다. 팔십대에도 정신 활동이 활발한 사람을 슈퍼 에이지이드(super aged)라고 규정하고 있다. 사람은 습관에 따라서 빨리 노쇠하기도 하고 노쇠가 더디게 진행할 수도 있다..

단 상(斷 想) 2022.02.18

[단상(斷想)] 48. 겨울 풍경(風景)

겨울의 따뜻함과 여유로움 내가 사는 경산 남천은 올해 여러 날 영하로 내려가는 날씨 덕에 물가로 얼음이 얼어서 썰매 타는 아이들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얼음이 두껍지가 않고 물가만 얼어서 넓이는 작은 편이었다. 올해 겨울 철새는 작년보다 그 종류와 개체 수가 줄어들어서 소(小) 백로(白鷺) 무리만 와서 겨울을 나고 있다. 12월 초 남천을 찾은 소백로 무리, 이들이 살아있어야 사람도 살겠지 겨울 산하는 느낌이 편안하다. 부드러운 능선과 남천의 황갈색으로 변한 물억새 군락은 따사로운 햇볕을 받으면서 여유로운 느낌을 준다. 그러나 물오리는 개체 수가 많이 불어나서 상당한 수를 이루었다. 이곳에 살면서 알게 된 것인데 물오리는 겨울에도 번식해서 식구를 늘려간다. 더 놀라운 것은 물오리 새끼가 물속으로 잠수를..

단 상(斷 想) 2022.02.04